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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임상시험, 치료 희망 밝히는
또 하나의 기회
꾸준한 연구로 폐암 치료의 희망 찾아가는 임선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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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코 흡연입니다. 간혹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전자담배 또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발암물 질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간접흡연도 폐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원인입니다. 최근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비흡연자 폐암은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돌연변이로, 우리나라 비흡연 여성 환자의 50% 이상에서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됩니다. 그 외에 미세먼지, 조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물질(조리퓸, cooking fumes), 라돈 노출 등도 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암은 여전히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암 완치와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폐암은 진단이 늦어져서 3-4기에 암을 발견하는 환자들이 60%가 넘습니다. 폐 실질 안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암이 생기더라도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환자가 뭔가 이상을 자각해서 검사했을 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폐암이 X-ray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환자중에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X-ray를 찍어서 별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폐암을 진단받았다”고 호소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뇌나 뼈 등으로 원격 전이가 잘되고 재발이 잦은 폐암 고유의 특성도 암 치료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그렇다면 폐암 고위험군이라면 조기 진단을 위해 어떤 검사를 받는 게 좋은가요?
저선량 흉부 CT가 권장됩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 서는 만 54-74세의 성인 가운데 30갑년(갑년=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흡연 기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에게 2년에 한 번씩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증가 추세인 비흡연자 폐암입니다.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간접흡연에 오래 노출된 경우, 급식실 종사자, 직업적으로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은 흡연하지 않더라도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해보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폐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치료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아주 초기 폐암인 1a기의 환자라면 수술만으로 치료를 마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1b-2기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 보조 항암치료를 받습니다. 최근에는 수술 전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가 수술 후 재발을 낮추고 전체 생존 기간을 연장시킨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수술 전 3-4회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행된 3기에서는 종양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과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최적의 조화를 이루도록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들은 완치 목적의 항암방사선치료 및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단 시 전이가 동반된 4기의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중심으로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폐암을 진단받으면 정확한 암의 종류와 표적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왜 그런가요?
같은 폐암에 같은 병기라도 정확한 암의 종류와 표적의 존재 여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뉘고,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중 발병 빈도가 가장 높은 선암, 담배와 연관성이 높은 편평상피세포암 등으로 세분됩니다. 폐암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앞서 설명한 대로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만,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소세포폐암은 악성도가 높아서 1-2기에도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시행합니다. 30년 전만 해도 모든 폐암 환자들이 같은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같은 비소세포폐암이라 할지라도 EGFR, ALK, ROS1 등 유전자 돌연변이의 존재 여부에 따라 10개 이상의 다른 표적치료제가 존재하며, 면역바이오마커인 PD-L1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제 옵션이 달라집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표적항암제는 어떤 원리이며, 세포독성항암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표적항암제란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공격해 암을 억제하는 약제로,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약효는 높으면서 부작용은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GFR 돌연변이가 있으면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 시 EGFR 표적항암제를 3년간 복용하는데, 이 약이 재발 위험을 80% 가까이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EGFR 표적항암제는 시중에 판매되는 약만 6개고, 임상시험도 계속 진행 중이어서 치료 기회가 다양한 편입니다. ALK 표적항암제도 효능이 굉장히 좋아서 4기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5년 이상인 데이터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특성을 결합해 마치 미사일처럼 특정 표적만을 골라 터트리는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가 도입돼 폐암 치료 성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폐암은 꾸준히 새로운 표적들이 발굴되고 그에 맞춘 약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으므로 폐암 진단 후에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어떤 유전자 표적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면역항암제는 주로 어떤 환자들이 치료 대상이 되나요?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물리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키워주는 약제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폐암 치료에 필수 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표적이 없는 환자들은 면역바이오마커인 PD-L1 수치에 따라 면역항암제 단독치료 또는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치료를 시행합니다. 면역항암제의 도입으로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에서 20%까지 높아졌으며,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한 환자들에서는 5년 생존율이 31%까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꾸준한 신약 개발로 폐암 생존율은 199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고, 지금도 치료 성적이 계속 향상되고 있습니다.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들은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시험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행성 전이성 암의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신을 치료하는 약물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제는 어떤 약이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성 극복을 위해, 임상시험은 다양한 치료기회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은 물론이고, 이미 시판 중인 약을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거나 초기 병기에서 사용하는 등 기존 약제를 새롭게 활용하는 임상시험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환자 중 한 분은 4기 폐암 진단 후 7년 가까이 EGFR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면서 안정적으로 지내는 분이 계신데, 만약 이분이 2018년에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좋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또 국가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서 고가의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 사용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은 경제적 부담 없이 신약을 투여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폐암 극복 위한 Dr. 임선민의 특급 조언
금연
폐암 환자에게 금연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소세포폐암이나 비소세포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은 병의 발생 자체가 흡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반드시 금연하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건강식품 피하기
특정 식품을 달이거나 농축한 즙, 건강기능식품, 한약 등을 주치의와 상의 없이 복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식품들은 항암제의 대사를 담당하는 간에 과부하를 일으켜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임선민 교수 종양내과
진료 분야 : 폐암과 두경부암의 항암치료, 신약치료 폐암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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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 진단이 곧 시한부 인생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임선민 교수 는 폐암 진단으로 낙담하고 절망하는 환자들에게 현재 폐암의 치료 성과, 치료가 잘된 환자 사례 등 근거를 기반으로 희망의 불씨를 전한다.
그리고 그 희망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차세대 표적항암제 임상연구, 면역항암제 내성 기전과 극복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2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